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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딸아이와 함께하는 2주간의 미 동부 여행 - 여행 준비기

또 가보자 미국

 

78년부터 살았으니 만으로 37년 살아온 인생인데, 그 동안 미국은 올해 초 가본 한번이 다였죠.

 

'흠.. 가만보자.. 37년에 한 번이니 74세가 되면 한 번 더 갈 수 있는건가? 하하하~'

 

 

올해 초 가게 된 것도 정말 좋은 기회를 얻어 가게 되었던 만큼.. 이런 좋은 기회가 언제나 또 올지 크게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죠.. 비행기표도 워낙 비싸고, 거리도 멀어서요.

 

 

 

"졸업하시려면 학술대회에서 꼭 발표를 한 번 하셔야 해요. 해외학회는, 내부심사 통과되면 지원 가능하시구요"

 

학생처에서 들은 이 얘기가 솔깃..

 

'그래?? 그럼 한 번 찔러봐?'

 

 

하며 작업중이던 부끄러운 논문을 해외 학회에 제출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심사기간이 종료되자 학회에서 메일이 한 통 옵니다.

 

 

"콩구레츄레이션~ 논문 발표하러 오세요~"

 

 

수준이 높지 않은 논문이라 걱정했지만 통과가 어떻게 되어서.. 워싱턴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몇 명 지원했는데 거의 다 통과.. 사실 학회는 거의 퇴자를 놓지 않는 것 같더군요. 음하하하)

 

 

"여보~ 나 워싱턴에 논문 발표하러 가게 됐어요~ 우리 같이 가요~"

 

 

순간 아내의 눈이 반짝거렸으나...

 

 

올해 여행 시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져서 많이 힘들어했고, 덩달아 아이들 봐주시던 외가, 친가 할머니들이 고생하신 걸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저 혼자 다녀오라고 하더군요.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애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안되겠어요, 이번엔 여보 혼자서 다녀와요~"

 

 

그렇게 서로 눈물을 흘리며 혼자 가는 것으로 결정을 하던 찰나..

 

 

 

 

 

1. 큰딸의 개입

 

초등 1학년인 큰딸이 어느 날 그럽니다.

 

"아빠, 누구누구는 부모님이랑 여행갔대요. 그래서 학교 안나왔어요~"

 

"그래? 그렇게 학교 결석해도 괜찮나?"

 

"여보. 요즘은 부모님이랑 여행가는 건 가족체험학습이라고, 학교에서 결석 처리도 안해요~"

 

"응?? 그래요? 그럼 나 큰딸이랑 가볼까?? ㅎㅎㅎ"

 

라고 한 번 던진 말에.. 아내가 깜짝 놀라며

 

 

"맞다.. 연우랑 둘이 가면 되겠네요. 작은애는 어차피 너무 어려서 많이 기억 못할거고.. 우리 큰딸은 좋은 경험 될 것 같으니 한 번 데리고 같이 다녀와요~"

 

헛.. 그렇게 해서 어찌저찌 아이와 함께 가는 걸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2. 그런데 학회중에는 누가 봐줘?

 

"여보.. 그런데 말이에요, 가는 건 좋지만 학회 일정중에는 얘를 어떻게 보지요? 내가 데리고 다닐 수도 없고.."

 

"아. 그게 문제네요, 어떻게 할까요? 좀 고민해 봐요~"

 

그렇게 생각을 좀 하던 중.. 같이 학회에 갈 형님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어?? 그럼 내가 봐줄께.. 너랑 나랑 발표 날짜 다르니까 너 발표할 땐 내가 봐줄께.. 나머지는 니가 데리고 다니면 되잖아~"

 

"진자요? 그래주시면 전 좋죠.. 하하하"

 

 

그렇게 아이와 함께 출국 후.. 학회에서 발표할 땐 형님이 봐주시고, 발표 끝나면 같이 다니는 걸로..

 

하려했으나, 사실 학회에 가면 발표만 끝내고 땡이 아니라 다니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다른 논문들도 보는 등.. 활동을 해야 하는데 딸아이와 가면 그런 활동이 어려울 것 같더군요.

 

그래서 또 고민을 하다..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UM 서비스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UM 서비스는 Unaccompanied Minor의 약자로서 보호자가 동반하지 않은 어린이를 항공사에서 책임지고 보호해주어 입국심사까지 통과시켜 준 후에 약속된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서비스입니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전략을 바꿔봅니다.

 

"여보, 우선 나는 내 일정에 맞춰서 혼자 나가고.. 학회일정을 하고, 연우가 학회 끝나는 날 들어와서 그 다음부터 같이 여행다니는 건 어떨까요? UM서비스 쓰면 될 것 같은데.."

 

"그런데, 아직 1학년인데 혼자서 괜찮을까요?"

 

"나도 좀 걱정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우리 연우 잘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딸아이에게 물어보니.. 이 녀석도 당당하게 그러더군요. 할 수 있다고. 승무원 언니 말 잘 듣겠다고.

 

 

그래서 그렇게 결정을 했습니다.

 

 

저 먼저 혼자 출국. 딸아이는 뒤이어 UM서비스로 출국. 워싱턴에서 합류 후 여행 및 귀국

 

 

3. 항공권 준비해야지

 

UM서비스는 참 좋은 서비스인데, 가격도 무료입니다. (항공사마다 다르겠지만 대한항공은 그렇습니다.)

 

무료는 무료인데, 무료가 아닌 것이.. 성인요금을 내야 합니다.

 

응?? 그럼 무료가 아니잖아.. 왜 무료라고 하지?

 

게다가 성인요금도 클래스가 좀 있는 요금이어야 합니다. 클래스 낮은 요금제로는 UM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ㅠㅜ

 

 

그래서 굉장히 비싼 돈을 주고 항공권을 구매해야 했지만 딸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항공권을 구매했습니다.

 

 

원래 학회는 워싱턴에서 열려서 학교에서는 워싱턴 in - 워싱턴 out으로 준비해줬지만, 기간을 연장하며 뉴욕 out으로 바꾸고 (차액 지불 ㅠㅜ)

딸아이의 항공권도 같은 일정으로 준비했습니다.

 

 

같이 다니는 여행기간은 열흘 정도.. 부모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기간 (결석처리를 안하는 기간)이 7일까지더군요.

 

그 기간을 넘으면 결석처리를 합니다.

 

개근이라는 것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저희 부부는 좀 촌스럽고 고루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결석처리 없이 개근을 시켜주고 싶어.. 체험학습 최대기간 + 주말 이렇게 해서 열흘정도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4. 여행경로는?

 

 

워싱턴 in - 뉴욕 out 입니다.

 

워싱턴과 뉴욕은 당연히 봐야하는 것이고, 중간에 어딜 들를 것이냐.. 고민을 했습니다.

 

 

미국지도를 펼쳐놓고 어딜 갈 것이냐 고민을 하다 보니.. 뉴욕 옆에 보스턴이 있습니다.

 

딸아이의 미래 모교가 될 하바드, MIT가 있는 곳이죠.. 보스턴도 가 보기로 결정.

 

 

미 동부에 있는 자연경관 중 괜찮은 곳이 어디이냐.. 고민하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발견했는데.

 

사실 거리가 멀어서 갈까 말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정리를 하며 이 사진을 보고 가는 걸 결정합니다.

 

 

 

 

 

작년, 부모님을 모시고 갔던 제주에서 큰 딸아이는 저렇게 앉아서 천지연  폭포를 바라보고 있었죠.

 

"연우야 이제 가자~" 라고 하는 제 말에

 

"아빠 잠깐만요, 좀 더 감상하구요~" 라고 답하고서는 한참을 더 바라보다 일어났습니다.

 

폭포가 너무 아름답다며.

 

 

큰 딸아이에게 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는 걸로 결정을 합니다.

 

 

그래서 전체 일정은

 

 

 

워싱턴 ---(비행기)--- 버팔로 (나이아가라)

버팔로 ---(비행기)--- 보스턴

보스턴 ---(기차)--- 뉴욕

 

이런 큰 틀을 짜고.. 버팔로에서는 렌트를 해서 다니가로 결정합니다.

 

 

이런 큰 틀을 짜 놓고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5.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오랜만이다.. 잘 지내?"

 

"어.. 야 진짜 오랜만이다"

 

"응.. 있지 너 아직 코네티컷에 살고 있니? 나 이번에 미국 동부 가는데"

 

"나? 켄터키로 이사갔어. 이제 켄터키 살아"

 

"아.. 그래? ㅠㅜ"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간 친구입니다. 이민 후 미군에 입대해서 이제는 완전 미국인이 된 친구인데..

1월에 미국가면서 볼 수 있나 했더니 동부 코네티컷에 살고 있다고 해서 포기했었죠.

 

이번엔 마침 동부로 가게 되어서 만날 수 있으려나 하고 전화를 한 건데, 켄터키라니요.. ㅠㅜ

 

 

그래도 못 본 지 너무 오래되어서 친구가 그러더군요.

 

"내가 워싱턴으로 갈 수 있으면 갈께"

 

그런데 며칠 뒤.. 친구녀석이 오기 어렵다며 제게 제안합니다.

 

 

"니가 학회 시작하기 전에 왔다 가면 안돼? 내가 비행기표 준비할께"

 

"어?? 그래?? 그래도 어떻게..."

 

"아냐.. 니가 시간만 되면 오는 게 좋을 것 같아. 올 수 있으면 꼭 연락 줘"

 

 

 

그렇게 해서. 켄터키주 루이빌 일정이 추가됩니다.

 

 

따라서 전체 일정은

 

 

워싱턴 - 루이빌 - 워싱턴 - 버팔로 - 나이아가라 - 보스턴 - 뉴욕

 

 

일정 참 다이나믹합니다.

 

 

 

6. 선지름 후수습

 

액션캠이라는 건 저랑 별로 맞지 않는 물건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뭐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해서요.

 

 

그런데 요즘 유부브에 종종 올라오는 액션캠 여행영상들이 제 마음을 살살 흔들기 시작했고..

 

어느덧 저는 "살까 말까?" 를 고민하는 게 아닌 "뭘 살까?" 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소니의 AS200VR 제품을 선택하고, 싸게 사는 방법을 검색.

 

온라인 최저가는 38만원 정도이지만 면세점에서 38만원에 판매중이어서 (???)

 

면세점에서 구매했습니다. 적립금이라는 형태로 할인을 해줘서, 30%를 적립금으로 사용하여 27만원 정도에 구매한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도 액션캠 영상을 몇 개 보여주며,

 

"와.. 이거 봐요, 이거 들고 다니면 촬영하기도 좋고, 연우도 좋아하겠네요~ 하하하"

 

라고 몇 번 설득을 거쳐 승인을 득했구요.

 

 

 

라면포트를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햇반과 라면으로도 몇 끼 정도는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올초에 갔던 미국에서 다른 동료가 가져온 라면포트를 쓰긴 했는데 문제가..

 

220v용 제품이라 미국에서 쓰면 조리시간이 4배로 걸렸습니다. ㅎㅎ

 

프리볼트 제품이 있는가 하고 알아보니, 딱 한제품이 있어 그 녀석으로 주문완료.

 

 

 

 

 

그나저나 친구녀석이 항공권까지 준비해줬는데 빈손으로 갈 수 없어서..

 

"친구야 부담 갖지 말고.. 너 혹시 한국에서 뭐 필요한 거 없어?"

 

"없어~ 괜찮아 그냥 와"

 

라고 말했는데.. 며칠 뒤 친구가 사진을 하나 보냅니다.

 

화장품 사진인데, 국산이라는군요..

"와이프가 이거 써봤는데 좋다고 해서.. 이것 좀 사줄 수 있어?"

 

"당연하지, 내가 사가지고 갈께~" 라고 대답하고 면세점에서 추가 주문 완료

 

 

"또 필요한 거 없니? 부담 갖지 말고"

 

".... 그럼 나 그것 좀 사다줘라, 그 허니버터칩인가?"

 

"ㅋㅋㅋㅋㅋ 알았어!! 사다줄게"

 

 

 

그런데 허니버터칩이 아직도 귀하긴 귀하네요. 동네 마트에선 아예 없는 곳도 있고, 파냄수량도 제한적이고.

 

결국 한 편의점에 부탁해서 한 박스를 구했습니다.

 

 

친구에게는 아이가 둘 있는데.. 13세 아들, 8세 딸

 

이 녀석들에게는 각각 소녀시대 DVD(?)와 한국 전통 머리띠를 준비해줬습니다.

 

이로써 친구 가족 선물 준비 끝!!

 

 

(추가로 불닭 볶음면과 짜파게티도 준비했습니다)

 

 

7. 이제 가자..

 

저는 지금 공항으로 가기 위해 일단 인천에 게신 부모님 댁으로 이동중입니다. 부모님 댁에서 일박을 하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나가게 되네요.

 

 

지난 미국 서부 여행기 때도 그렇고, 일본 스페인 여행기 때도 그렇고.. 가능하면 되도록 그날 일정을 정리해서 여행기로 작성하려 노력하는데, 이번 동부 여행의 경우 학회 일정 및 딸아이와 함께 다니는 일정 때문에 실시간 여행기 수준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노력은 해보겠습니다만.. ㅎㅎ

 

 

걱정도 많이 됩니다.

 

영어를 잘 하기는 하지만 (역설법에 가까운 똥자존심) 파란 눈의 외국인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를 잘 할 수 있을까?

 

일정이 좀 힘들텐데 딸아이가 잘 버텨줄까?

 

힘들어서 서로 피곤해지만 둘이 많이 싸우진 않을까?

 

 

 

그렇지만 그런 힘든 점, 우려되는 점 가운데에서도

 

제 딸이 이번 여행을 계기로 훌쩍 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엄마 아빠 없이 혼자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가게 될 것이고,

 

웅장한 자연을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고,

 

세계 최고의 지성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가보게 될 것입니다.

 

 

예전에 마스터카드 광고인가요?

Priceless.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경험에 대해 광고하는 것을 보고 공감했었는데,

 

이번 여행도 딸아이에게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경험이 되길 희망하며 출발합니다.

 

 

여행 본편이 언제 올라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올릴 시간이 있길.. ^^